마더 테레사, 성인의 그림자: 신앙, 자선, 그리고 논란의 기록
20세기 가장 상징적인 자선가 중 한 사람, 마더 테레사. 가난한 이들의 친구, ‘빈자의 성녀’로 불리며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2016년에는 가톨릭 성인으로 공식 시성되었다. 그러나 이 위대한 헌신의 뒷면에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수십 년간 축적된 증언, 언론 보도, 학술 연구를 바탕으로, 마더 테레사의 활동을 새로운 시선에서 조명한다.
제1장. 죽음의 문턱에서: 구호의 이름으로 방치된 생명들
1952년, 인도 콜카타. 마더 테레사는 거리에서 죽어가는 빈민들을 위해 ‘죽어가는 이들의 집’을 설립했다. 겉으로는 자비의 공간이었지만, 내부를 들여다본 이들의 증언은 달랐다. 의료 시설은 극도로 열악했고, 말기 환자들은 진통제 없이 고통 속에 방치되었다. 의료 판단은 의사가 아닌 비전문 자원봉사자들이 맡았고, 환자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처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신앙에 기반한 ‘신의 섭리’만으로 운영된 이 공간에서, 고통은 치료의 대상이 아닌 영적 수단으로 여겨졌다.
제2장. 고통은 신의 선물인가: 신념과 현실의 충돌
마더 테레사는 고통을 그리스도의 수난과 결부지어 ‘아름다운 것’으로 설명했다. 그녀는 고통 속에서 인간이 영적으로 정화된다고 믿었고, 자원봉사자들에게도 이를 설파했다. 하지만 그녀 자신은 병이 들었을 때 유럽의 첨단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 아이러니한 태도는 신념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수많은 환자들이 단순한 의료적 처치만으로도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지만, 그 기회는 종종 박탈되었다.
제3장. 자선의 이면: 흐려진 기부금의 행방
수많은 사람들의 신뢰와 존경 속에 몰려든 기부금. 하지만 그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그 투명성은 오랫동안 의문으로 남아 있다. 독일 《슈테른》지는 마더 테레사의 단체가 모금한 돈의 단 7%만을 실제 구호에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나머지 자금은 바티칸의 계좌에 이체되거나, 구체적 사용 내역 없이 보관되었다. 에티오피아 기근 구호 성금조차 현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내부자의 증언은 이 자선 네트워크의 불투명성을 드러낸다.
제4장. 신념의 이름으로: 종교적 교리와 인간의 권리
마더 테레사의 구호 활동은 가톨릭 교리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피임과 낙태, 이혼을 일절 반대했고, 임종을 앞둔 타 종교 환자에게도 가톨릭 세례를 주도록 지시했다는 증언이 있다. ‘천국행 티켓’이라는 말을 건넸다는 수녀들의 회고는, 신앙이 개인의 종교적 자유와 인권을 침해한 사례로 남았다. 인간의 고통보다 교리를 앞세운 태도는 국제적 인권 담론 속에서도 논란이 되었다.
제5장. 불편한 동맹: 권력자들과의 유착
아이티의 독재자 뒤발리에, 영국의 언론재벌 맥스웰, 미국의 금융 사기범 찰스 키팅. 이들은 마더 테레사의 후원자였다. 그녀는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훈장을 받았으며, 그들의 범죄가 드러난 이후에도 기부금을 반환하지 않았다. 특히 키팅 사건에서는, 피해자들의 돈으로 전달된 거액의 기부금 반환 요청에도 끝내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장면은 자선과 윤리, 도덕적 책임의 복잡한 교차점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에필로그. 기억과 재평가 사이
우리는 마더 테레사를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그녀는 헌신적인 자선가였지만, 동시에 구조적 한계와 독선적 신념, 도덕적 회피로 비판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다큐멘터리는 ‘성인’이라는 이미지 뒤에 가려졌던 다층적인 실체를 밝히고, 우리 사회가 성스러움과 선의에 대해 더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진다.
참고 자료
- Robin Fox, “Mother Teresa’s care for the dying,” The Lancet 344 (8925), 1994 – 마더 테레사의 시설에서 관찰된 열악한 의료 실태 보고en.wikipedia.orgen.wikipedia.org.
- Rashad Mammadov, “Mother Teresa: Good Intentions to Controversy,” News-Decoder, 2019 – 마더 테레사의 독재자 연루, 기부금 논란 및 고통 미화에 대한 언급news-decoder.comnews-decoder.com.
- Serge Larivée 외, “Les côtés ténébreux de Mère Teresa,” Studies in Religion/Sciences Religieuses 42(3), 2013 – 마더 테레사에 대한 학술적 비판 연구 (몬트리올 대학)en.wikipedia.orgnews-decoder.com.
- Walter Wuellenweber, “Mother Teresa: Where are her millions?” Stern (독일 시사잡지), 1991 – 마더 테레사 재정 조사 기사 (영국 Butterflies & Wheels 웹사이트에 발췌 번역)butterfliesandwheels.orgbutterfliesandwheels.org.
- Michael Parenti, “Mother Teresa, John Paul II, and the Fast-Track Saints,” History News Network, 2016 – 마더 테레사의 금전 및 의료 태도를 비판적으로 정리한 칼럼historynewsnetwork.orghistorynewsnetwork.org.
- Christopher Hitchens, The Missionary Position: Mother Teresa in Theory and Practice, 1995 – 마더 테레사에 대한 대표적인 비판서. Hitchens는 그녀를 “팬ATIC이자 FUNDAMENTALIST, fraud”라고 혹평했다myvoice.opindia.com (국내 번역서 선의의 독재자,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