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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을 뽑는 ‘밀실 정치’… 신의 뜻인가, 인간의 권력놀음인가

only one1 2025. 5. 4. 16:54

2013년 3월 12일 바티칸에서 콘클라베가 열리기 전 추기경들이 찬송가를 부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가톨릭 교회의 교황 선출 과정, 일명 콘클라베(conclave)는 여전히 ‘신성한 절차’라는 외피를 쓰고 있다. 그러나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 의식은 중세 봉건제를 방불케 하는 비밀 권력 게임일 뿐이다. 21세기, 민주주의가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은 시대에 과연 이런 방식의 리더십 선출이 여전히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가?

‘콘클라베’는 본래 ‘열쇠로 잠근 방’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의미 그대로, 교황 선출은 철저히 외부로부터 차단된 공간에서 진행된다.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 120여 명만이 이 신성한 밀실에 입장할 수 있고, 그들은 대부분 이전 교황들이 임명한 엘리트 성직자들이다. 평신도는 물론 대다수의 성직자조차 참여할 수 없는 이 구조는, 명백히 ‘신의 뜻’을 가장한 인적 네트워크 기반의 폐쇄적 권력 구도다.

가톨릭 교회는 교황 선출이 “성령의 인도”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치밀한 표 계산, 이념적 분열, 비공식적인 동맹… 교황 선출 과정은 한 편의 정치 드라마에 가깝다. 진보적 개혁을 주장하는 인사들과 보수적 안정을 추구하는 세력이 맞서고, 타협과 협상이 반복된다. 그럼에도 결과 발표 순간만 되면, 모든 것은 “신의 뜻”이라는 한 마디로 포장된다. 이 얼마나 편리한 신앙의 도구화인가?

콘클라베의 본질은 ‘신비주의’가 아니라 ‘권력 보호’다. 외부 감시가 배제된 이 구조 속에서 교회 지도부는 기득권을 유지한다. 교회는 이 밀실 시스템을 통해 권력의 재생산을 정당화하고, 기존 질서를 영속시킨다. 이는 신앙의 문제를 떠나, 구조적 투명성과 민주적 책임성이라는 시대정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다.

물론 가톨릭 교회는 “종교는 세속 정치와 다르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묻고 싶다. 신의 이름으로 뽑히는 지도자가, 그 절차에서조차 인간의 권력 논리를 숨기지 못한다면, 과연 도덕적 정당성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전통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 전통이 시대의 윤리와 충돌할 때, 성찰과 개혁은 필연이다.

교황은 전 세계 10억 명이 넘는 신자의 삶과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 그를 선출하는 절차는 신뢰받을 수 있어야 하며, 최소한의 개방성과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 밀실에서 태어난 신의 대리인이라는 이 오래된 역설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